ㅇㅅㅇ 03


아직도 임시제목. 나중에 몰아서 수정함. 상당히 저속함.

2. 불편한 희극

그로부터 한 시간 뒤, 파우스트는 미리 말한 대로 아래층에 있는 욕탕으로 향했다. 네로는 먼저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성실한 네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얼마 안 되는 시간조차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직접 만든 것이 분명한 여러 안주가 마법의 힘으로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그릇 안의 내용물을 확인한 파우스트는 혀를 내둘렀다. 한 시간 동안 준비했다기엔 그 양과 종류가 어마무시했다. 그중에는 오늘 밤 함께 어울리기로 한 서쪽 마법사의 몫까지 있었다.

도저히 혼자 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분명 고생스러웠을 것이다. 네로는 처음 마법관에 현자의 마법사로 소환된 이후 지금까지 매 끼니마다 식사를 제공해왔다. 네로는 까다로운 마법사들의 입맛에 맞춰 맞춤형 음식을 만들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지금쯤 카나리아는 등골이 휘다 못해 일찍이 과로로 쓰러졌을 것이다.

취사병 경력이 있는 파우스트는 네로의 역할을 단 한 번도 가볍게 여긴 적이 없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배를 채울 수 있는 양을 매일같이 조리하는 건 빈말로도 쉽지 않았다. 모두의 입맛을 고려하여 메뉴 가짓수를 늘린다면 난이도는 수직으로 상승한다. 네로는 그 어려운 일을 군말 없이 해냈다.

본인 말로는 좋아서 한다는데 항상 그에게 받기만 하는 파우스트로서는 마음이 썩 편치 않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준다 제안하면 돌아오는 건 어색한 거절뿐이다. 이번에도 똑같다. 미리 언질을 줬다면 이쪽도 뭐든 준비를 했을 텐데.

솔직하게 털어놓기엔 네로의 반응이 얼추 예상이 갔다. 괜히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던 파우스트는 조용히 아쉬움을 삼켰다.

“서쪽 마법사들을 위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뭐…… 마실 건 그쪽에서 준비해 준다고 하고, 나도 성의 표시 정도는 해둘까 싶어서.”

“샤일록의 셀렉트인가. 천금을 주더라도 받을 수 없는 서비스지. 나는 빈손인데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애초에 서로 대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은 아니잖아. 그쪽은 선생이 참여만 해줘도 만사 오케이일걸.”

“……역시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게 나을까.”

“이제 와서 고민해 봤자 늦었어. 어서 들어가.”

파우스트는 옷을 벗는 속도도, 입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다. 그 시절로부터 400년이 지났지만 젊은 날의 군 생활은 아직도 잔불처럼 꺼지지 않고 몸에 배어있었다. 네로는 순식간에 자유의 몸이 된 파우스트의 등을 떠밀었다.

웬일로 먼저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나 했더니 대신 주목을 받아줄 대역을 구하고 있었나 보다. 경험으로는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값비싼 술의 유혹에 넘어가 서쪽 마법사의 제안을 수락하기는 했으나, 그들과 어울리는 건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그 마음 알지.’

낯부끄러운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지만, 빈손으로 모임에 참여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고생한 네로를 위해 이런 일이나마 해야지. 그렇게 결심한 파우스트는 모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앞장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가는 자신을, 네로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

결론만 말하자면, 서쪽 마법사와의 합류는 무사히 이루어졌다. 무사하지 못할 건 또 뭐가 있겠냐마는, 서쪽 마법사들은 생각보다 그들을 놀리지 않았다. 어떤 의미로는 현명하다 할 수 있다. 정도가 지나쳤다가는 애써 잡은 물고기가 다시 도망쳐버릴 테니 말이다.

뜨끈한 물속에 몸을 담근 채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안주를 먹으며 친근―논란의 여지가 있다―한 동료들과 술잔을 부딪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목욕물은 내내 방 안에 틀어박혀있느라 굳은 근육을 녹여주었다.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었다. 파우스트는 이마에 배어난 땀을 수건으로 훔쳐내며 한숨을 흘렸다.

“샤일록, 이건?”

“동쪽 나라의 두 분은 오랜만이잖아요. 베넷 바는 언제나 두 분을 환영한다고 예전에 말씀드렸었죠. 하지만 그 뒤로 한 번도 찾아주지 않으시고…… 내색은 안 해도 꽤 서운했답니다.”

샤일록은 투정 부리듯 은근한 핀잔을 건넸다. 나긋한 말투 때문일까, 대놓고 책망하고 있음에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하하…… 샤일록을 서운하게 만들다니. 우리가 나빴네.”

네로는 멋쩍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어떻게 해서든 헐벗은 샤일록을 쳐다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파우스트는 네로의 흔들리는 동공을 바라보다 샤일록을 곁눈질했다. 확실히, 자극적이긴 했다.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화려하다면 화려한 과거 편력 탓에 같은 남성의 맨몸이라면 숱하게 봐왔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료의 나체는 대다수 아무런 감정도 불러일으키지 않았지만 샤일록만큼은 달랐다.

평소 옷에 감싸여 드러나지 않는 어깨는 햇빛 한 번 쬐어본 적 없는 것처럼 눈부시게 희었다. 습기 때문인지 숙성된 포도주처럼 그윽한 빛깔의 눈동자가 애수가 젖은 듯했다. 목부터 가슴까지, 고작 그 정도의 노출에도 외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 밖에 내지 못할 무례한 발상은 당장 그만둬야지.’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생각에 당황한 파우스트는 작게 헛기침을 했다. 샤일록은 파우스트의 말 못 할 고충을 아는 것처럼 묘한 눈빛을 던지더니 다시금 대화를 주도했다.

“이 와인은 두 분과의 모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가져왔답니다. 아주 오래된 지하 저장고에 묻혀 있다가 우연처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와인이에요. 한 모금에 심연이 흘러들죠. 달콤함 뒤에 남는 쓸쓸한 잔향이 좀처럼 사람을 놓아주지 않거든요.”

손에 든 술병을 가볍게 위아래로 흔든 샤일록은 눈매를 요염하게 휘며 미소 지었다.

“혹여 마음속에 떨쳐내지 못한 미련이 있다면 그걸 조용히 녹여줄 거라 믿어요. 다만, 한 가지 부작용으로는 마시기 전보다 마신 뒤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거죠. 뭐, 이건 대다수의 알코올이 그렇겠지만.”

샤일록은 한 번의 손짓으로 능숙하게 술병을 개봉했다. 맨손으로, 하다못해 잡음 하나 없이 어떻게 한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단순히 마법의 힘이라고 단정 짓기로 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자, 특별히 제가 좋아하는 잔으로 따라드리죠.”

샤일록은 청량감이 느껴지는 웃음과 함께 준비한 잔에 술을 따랐다. 그의 말대로 깊고 투명한 루비색 액체에선 달짝지근한 향이 났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등품이었다. 한때 중앙 나라의 변두리에서 근근이 먹고살았던 소시민으로서 베넷 바의 사치품을 벌컥벌컥 들이켜기는 다소 아까웠다.

우선은 가볍게 혀를 축였다. 마침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맞은편에서 네로가 잔에 입을 대고 조금씩 홀짝거리고 있었다.

‘……맛있다.’

샤일록이 직접 고른 술은 달짝지근한 향과 달리 실제로는 알싸한 맛이 났다. 고작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혀가 저릿하고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도수가 높은데도 목 넘김이 깔끔한 것이 과연 서쪽 나라의 특산품이다 싶었다.

알코올이 들어가서 그런가,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맨 처음 서쪽의 마법사와 함께 임무를 나갔을 때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변화였다. 파우스트는 욕조 테두리에 편히 등을 기댄 채 여가를 즐겼다.

혀가 덜 익힌 소시지처럼 뻣뻣하게 굳었던 건 낯을 가리던 처음뿐이다. 과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었다. 서쪽의 마법사들은 네로와 파우스트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능숙하게 대화를 주도했고, 배려를 받은 두 사람은 알코올의 힘을 빌려 서서히 말문을 트기 시작했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신경 쓰니 금방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꽃 필 무렵이었다.

“들어갑니다~”

꽃내음이 만연한 욕탕에 뜻밖의 불청객이 난입했다. 지독한 피 냄새가 코안의 점막을 자극했다. 느닷없이 피 칠갑을 하고 나타난 미스라가 두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 뒤로 어깨에 수건을 걸친 브래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 이상하리만치 고요하다 싶더니 다들 여기에 있었구만?”

브래들리가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혈흔이 묻는 걸 신경 쓰지 않고 미스라의 어깨에 친근하게 한쪽 팔을 올리고 있었다. 브래들리는 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면면을 확인하더니 머리를 흔들며 격렬하게 토하는 시늉을 했다.

“웩, 사내놈들끼리 모여서 징그럽게 뭐 하냐?”

“그럼 사내놈들끼리 같이 목욕하지, 누구랑 해?”

네로가 벌컥 짜증을 냈다. 파우스트는 그런 네로를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네로는 대체로 소심했지만 가끔 깜짝 놀랄 정도로 용감해지고는 했다. 특히 브래들리가 상대라면 더더욱.

불행 중 다행히 브래들리는 네로와 맞서지 않았다. 어깨를 으쓱인 그는 미스라를 내버려두고 자연스럽게 탕에 들어왔다.

“오, 뭐냐. 이 진수성찬은? 요리사, 네가 한 거냐?”

브래들리는 한 치 망설임 없이 맛있게 차려진 요리로 손을 뻗었다. 네로는 슬금슬금 다가오는 브래들리의 손등을 거침없이 내리쳤다.

“야, 뭘 뻔뻔하게 집어먹고 있어? 너 먹으라고 만든 거 아니거든?”

브래들리가 빨갛게 물든 손을 털며 입을 삐죽거렸다.

“닳는 것도 아니고 치사하게.”

“닳잖아! 배고프면 주방에 남은 음식이 있으니 차라리 그걸…….”

“싫어. 여기 있는 사람 입만 입이냐? 나도 갓 만든 따끈한 요리가 먹고 싶거든!”

주방 친구인 브래들리와 네로는 오늘도 어김없이 투닥거렸다. 평균 연령 600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화 수준이 낮았다. 한때 악명을 떨치던 도적단의 수령답게 브래들리는 기어이 네로에게서 방금 구운 것처럼 따끈따끈한 닭다리 하나를 훔쳐냈다.

한편, 미스라는 웬일로 먹거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눈 밑에 짙은 그늘이 깔린 미스라는 굼뜬 걸음으로 걸어와 탕에 냅다 몸을 던졌다. 미스라의 무거운 몸이 탕 속에 빠지며 분수처럼 물이 치솟았다. 가만히 있다가 물보라를 뒤집어쓴 서쪽 마법사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미스라의 민폐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한참을 빠져 죽은 것처럼 잠수하다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그 탓에 전신에 덕지덕지 말라붙어있던 피가 물속에서 풀어지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투명한 물에 묽은 핏기가 번지는 건 본능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피 섞인 물이 넘실거리며 다가오자 서쪽의 마법사들은 질색을 하며 멀어졌다. 상대가 무엇을 하든 꺅꺅거리며 즐거워하는 그들을 경멸하게 만드는 것도 어떻게 보면 훌륭한 재능이었다. 미스라와 가장 가깝게 있던 브래들리 또한 다가오는 붉은 물살을 재빨리 피했다.

“밥맛 떨어지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브래들리는 절대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브래들리는 닭다리를 허공에 휘두르며 소리쳤다.

“어이, 미스라. 너는 기본적인 에티켓도 모르는 거냐? 너 때문에 깨끗한 물이 더러운 피로 물들었잖아!”

그 말에 미스라는 맹한 눈으로 브래들리를 노려봤다.

“하? 오웬의 피가 그렇게나 더럽나요?”

“그럼 죽지도 않는 놈 피가 깨끗하겠냐?”

“……오웬의 피라고?”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클로에가 주춤주춤 물에서 멀어졌다. 정황 상 미스라의 몸에 묻은 건 오웬의 피였다. 대화를 듣고 있으니 원치 않아도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새 한바탕 한 모양이다.

두 사람의 대화가 불러온 파급력은 적지 않았다. 무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장구를 쳤고, 샤일록은 그런 무르를 억지로 핏물에서 떼어놓고 있었다. 파우스트와 네로는 완전히 질린 얼굴로 사태를 관망했으며, 보다 못한 라스티카가 마법을 부려 물에 섞인 핏물을 지워냈다.

목욕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깨끗해졌지만, 공기 중에 섞인 혈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향긋한 비누 냄새와 섞여 악취가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주위가 정리되어도 브래들리와 미스라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씻으라고 있는 물이잖아요. 제대로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데요?”

“아니지. 이건 흐르는 물이 아니라 고인 물이잖아. 너 혼자 쓰는 게 아닌데 일단 대충이라도 헹구고 들어와야 할 거 아니냐.”

“뭐예요, 당신. 지금 나한테 설교하는 겁니까?”

“네가 최소한의 사회성도 없으니까 하는 말 아니겠냐. 사람이랑 어울릴 거면 적어도 그 짐승 같은 버릇은 버려야지.”

늘 그렇듯 미스라에게 옳은 말은 통하지 않았다. 브래들리치고는 꽤 상냥한 태도였지만, 그 점이 도리어 미스라를 자극한 듯했다. 어쩌면 여태 플로레스 형제에게 받아온 미온한 스트레스가 폭발한 걸지도 모른다.

“나보다 약한 주제에 이래라저래라 시끄럽네요. 귀 아프니 그만 짖어줄래요?”

“뭐? 지금 말 다 했냐?”

“제발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네로가 기운 없이 중얼거렸다. 원래도 남의 싸움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그의 낯은 클로에와 견줄 정도로 창백했다. 설령 눈앞에서 치고받는 상대가 브래들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열 번 정도까지는 관심을 가지겠지만, 열 한 번째 정도부터는 지겨워지고, 스무 번째 이상부터는 꼴도 보기 싫어진다.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돌로 만들 게 아니라면 그만두지 그래.”

마찬가지로 과한 언행에 지친 파우스트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러나 타인이 하는 말을 새겨들으면 그건 북쪽의 마법사가 아니었다. 브래들리와 미스라는 장소와 상황을 막론하고 당장이라도 서로 엉겨붙을 듯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정리한 건 또 다른 뜻밖의 인물이었다. 굳게 닫혀있던 욕탕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활짝 열린 문 앞에 서있는 건 몸에 커다란 수건을 두른 피가로와 레녹스였다. 시커먼 사내들이 가득한 욕탕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온 피가로는 여전히 부드럽게 굴곡진 여성의 신체를 하고 있었다.

안쪽에서 벌어진 소란을 전부 들었는지, 옆에 있는 레녹스의 안색이 영 좋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피가로는 무척 즐거워 보였다.

“재미있는 걸 한다길래 놀러 왔어.”

‘넌 이게 재미있어 보이냐?’ 솔직히 말해 그렇게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연히 같은 생각을 했는지 다들 표정이 비슷했다. 현재 시점으로 엄연히 이곳에 들어와선 안 되는 사람이 들어왔으나, 특별히 당황한 사람은 없었다. 중요한 국소 부위는 수건으로 가리고 있기도 했고, 저주로 인해 육체만 변모한 피가로는 무작정 ‘여성’으로 정의 내리기엔 모호한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영 신통찮은 가운데, 오로지 네로만이 새된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얼굴을 가렸다. 물 튀기는 싸움을 하기도 잠시, 미스라는 무뚝뚝하게 브래들리를 가리켰다.

“피가로, 마침 잘 왔네요. 브래들리가 사내놈이 아닌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요.”

“미스라, 네 머리는 장식이냐? 이 욕탕에 들어올 사람 중에 사내놈이 아닌 녀석이 누가 있겠어?”

브래들리의 맹목적인 비난은 방금 전 누군가가 했던 말과 흡사했다. 어금니를 꽉 깨문 네로가 나지막이 브래들리를 욕했다. 당연하게도 아직 얼굴을 덮은 손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소문이 대체 어디까지 난 거야?”

오늘 밤이 순탄치 않을 줄은 알았지만, 이런 소란은 예정에 없었다. 파우스트는 절반 정도 남은 술을 목구멍에 시원하게 털어 넣었다.

“이 경우엔 ‘어디까지 소문을 낸 거냐?’라고 물어야겠지. 저기 있는 서쪽의 마법사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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