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임시제목. 나중에 몰아서 수정함.
1. 사건의 시작
그날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물론 마법관이 소란스러운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운 나쁘게 발탁된 21명의 마법사들이 한곳에 모인 마법관은 단 하루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무릇 마법사라는 건 상당한 괴짜 집단이다. 인간으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나긴 세월을 사는 만큼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기행을 저지르곤 한다. 이쪽도 마법사지만 누구나 아는 그 뻔한 사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날의 소란은 항상 있는 일반적인 소란이 아니었다. 북쪽의 마법사들이 서로 치고받으며 건물 어느 한 군데가 반파된 것도 아니었고, 오즈와 미스라가 쓸데없는 힘겨루기를 한 것도 아니었다. ‘마법사는 전부 괴짜다.’라는 사회적 인식을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서쪽의 마법사들은 지금쯤 평소보다 약간 이르게 오픈한 샤일록의 바에서 조용히 한 잔 걸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방을 어둡게 만드는 커튼을 걷고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덧 해가 다 저물어있었다. 바깥의 소란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집중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떠들썩한 대화소리를 견디다 못한 파우스트는 읽고 있던 책을 탁 소리 나게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끄러운 것도 시끄러운 거였지만, 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호기심이 일었다.
오랫동안 폭풍의 계곡에 칩거하며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살았으나, 그 또한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한 명의 사람이었다. 지근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묘하게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고 말이다.
파우스트는 방을 나서기 전에 주변을 정돈하고 수많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그는 자신의 차림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방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소란의 진원지는 1층인 듯싶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북새통을 이뤘다. 맨 아래층으로 내려간 파우스트는 곧 원인을 알게 되었다. 탁 트인 로비에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현자와 남쪽 마법사들이다. 아침 일찍 임무를 나간 그들은 이제 막 돌아왔는지 외출복 차림이었다. 우선 북쪽과 서쪽의 마법사는 없었고, 마중 나온 중앙의 마법사와 마찬가지로 때아닌 소란에 이끌린 동쪽의 마법사들이 구석에서 흘끔거리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무리에 끼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는 동쪽의 마법사들에게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피가로, 정말……!”
“아, 조금 어지럽네에. 현자님, 잡아주지 않을래?”
눈부신 샹들리에 불빛 아래에서 피가로는 현자한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피가로는 노골적으로 티 나는 연기를 하며 비틀비틀 현자를 향해 쓰러졌다. 갑작스럽게 피가로의 체중을 지게 된 현자는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뒤로 빼지 않았다.
‘다 큰 어른이 채신머리없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피가로가 늘 하던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금방 머리를 비웠다. 그보다 지금은 상황 파악이 급선무였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파우스트!”
“파우스트 선생님.”
가장 먼저 파우스트의 등장을 깨달은 건 현자였다. 눈을 동그랗게 뜬 현자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던 히스클리프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한 쌍처럼 달라붙어있던 두 사람에게서 파우스트로 모든 관심이 옮겨갔다. 약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과거에는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의 시선을 한순간에 받은 적도 있었다.
남은 층계를 한 칸씩 침착하게 뛰어내린 파우스트는 마침내 진짜 문제와 맞닥뜨렸다. 인심만큼 넉넉하게 풀어헤친 피가로의 셔츠 깃 안쪽으로 옴폭 파인 골이 들여다보였던 것이다.
‘골이라니, 무슨…….’
품이 넉넉한 셔츠에 감춰져있는 건 늘 보던 빈약한 가슴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면 평소보다 키도 줄어든 것 같고, 부쩍 숱이 늘어난 푸른 머리카락이 등 뒤로 치렁거리며 흘러내렸다. 피가로가 긴 머리카락을 가진 것이 어제 일처럼 익숙해서 알아차리는 게 늦었다.
낭창하고 완만한 곡선을 그리는 몸은 완전히 여성의 신체였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을 빤히 쳐다보던 파우스트는 피가로와 눈이 마주치곤 죄지은 사람처럼 놀라 시선을 돌렸다.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파우스트는 현자에게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꼼짝도 안 하는 피가로 대신 레녹스를 쳐다봤다. 레녹스는 파우스트가 부러 지목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서 말을 꺼냈다.
“임무지에서 사고가 있었습니다. 피가로 선생님께서 저주를 뒤집어쓰셔서요.”
“제 잘못이에요. 뒤에서 얌전히 기다렸어야 했는데 호기심이 앞서서 그만…….”
“에이, 아니에요. 그렇게 따지면 현자님보다 애먼 곳에 발이 묶여있던 저희 잘못이 더 큰데요.”
옆에서 루틸이 시무룩해진 현자를 달랬다. 루틸은 축 늘어진 현자의 어깨를 주물주물 안마해 주었다. 그러자 창백하게 질린 현자의 낯빛이 훨씬 좋아졌다. 과연 루틸이었다. 다정하고 상냥한 루틸은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방법을 알았다.
“맞아, 현자님. 난 전혀 신경 안 써. 말했잖아. 이 정도 저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애초에 사람을 해치기 위한 목적도 아닌걸. 나를 봐, 보다시피 멀쩡하지?”
피가로는 보란 듯이 현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얹었다. 그대로 눈을 가늘게 접으며 애교를 부리듯 현자의 손에 얼굴을 비비적거렸다.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현자는 웬일로 거절하지 않고 머뭇머뭇 피가로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래도 미안해요, 피가로. 충고를 무시하고 섣불리 움직인 건 사실이니까.”
“괜찮다고 해도.”
피가로는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은근 현자의 대답이 기쁜 듯했다. 시장통처럼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몽글몽글하게 풀어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온화한 기류에 탑승한 것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모처럼 흐뭇한 분위기를 만든 것도, 기껏 만든 좋은 분위기를 깨부순 것도 전부 같은 사람이었다.
“어쩔 수 없지. 상심한 현자님을 위해 오늘은 특제 대출혈 서비스~!”
“우왁.”
두 팔을 펼친 피가로가 현자를 와락 끌어안았다. 피가로는 여성의 신체라고 해도 키가 꽤 컸다. 여전히 피가로보다 한 뼘 가까이 작은 현자는 피가로의 품에 푹 파묻혔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기도 잠시, 피가로의 목덜미로 간신히 고개를 내민 현자의 얼굴이 차츰 붉어지기 시작했다.
크게 벌어진 현자의 입술이 달싹였다. 굳이 독순술까지 하지 않아도 현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분명 ‘닿는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우연이었으면 좋겠다마는, 평소 피가로의 행실을 떠올리면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었다. 사정을 아는 몇몇 사람들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른 현자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얌전히 안겨 꼼짝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는지, 피가로는 몸을 떨어뜨리고 현자를 내려다봤다.
“현자님, 오늘따라 이상하네. 평소 같으면 부담스럽다느니, 범죄라느니 하면서 가차 없이 밀어내잖아?”
현자는 피가로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린 현자가 앓는 소리인지 한숨인지 모를 이상한 신음을 흘렸다.
“그땐 그랬는데 지금은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마치 집에 돌아온 것 같은…….”
“아하.” 하고 추임새를 넣은 피가로는 다시금 품 안의 현자를 꽉 끌어안았다. 그걸로도 모자라 피가로는 현자의 뒤통수를 눌러 바짝 밀착했다. 달아오른 얼굴을 식힐 틈도 없이 뭉클한 살덩어리가 마구 문대오자 자꾸만 몹쓸 생각이 들었다.
“그렇구나아. 소위 어머니의 품이라는 거구나. 현자님, 나 이래봐도 아이들은 몇 번이고 키워본 적 있으니까 안심해도 돼. 현자님 한 명 돌보는 것쯤이야 내겐 하나도 어렵지 않은걸.”
“뭐? 그, 그건 좀 이상하잖아요! 떨어져요, 떨어져……!”
뒤늦게 정신을 차린 현자는 밭은 숨을 헐떡이며 허둥지둥 피가로를 밀어냈다. 그러다가 스치듯 둥글게 여문 가슴을 만지곤 꺄악, 비명을 지르며 만세 자세를 했다.
“피가로, 그쯤 해둬. 현자가 곤란해하잖아.”
“…….”
다른 때엔 과할 정도로 시끌시끌한 피가로의 주변인이 조용하다 싶더니, 다들 포기하고 고개를 숙이거나 눈앞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피가로의 곁에 있으면 흔히 볼 수 있는 나쁜 버릇인 듯싶다. 플로레스 형제는 그렇다 쳐도 레녹스까지 피가로의 행동을 민망해할 줄은 몰랐다.
파우스트는 억지로 두 사람을 떨어뜨려놓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 틈에 피가로는 전력으로 현자를 넘어뜨렸다.
“아이 참, 현자님도 좋으면서. 일부러 밀어내지 않아도 돼.”
“크윽, 따뜻하고, 포근하고, 좋은 냄새가 나…….”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길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자는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팔을 둘러 피가로를 마주 안았다. 나긋하고 푹신한 몸을 안으며 헐떡이는 현자의 모습은, 그래, 참으로 낯설었다.
피가로와 현자가 웬일로 서로 만족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피가로.”
현자를 부둥켜안고 있는 피가로의 어깨로 겉옷이 툭 내려앉았다.
“응?”
묵직한 음성만큼이나 어둡고 긴 머리카락이 너울거렸다. 피가로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의 궤적을 쫓아 뒤를 돌아봤다. 비스듬히 고개를 들자 머리 위로 지독하게 딱딱하고 재미없는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피가로는 어깨에 얹힌 옷을 만지작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이게 누구야, 오즈잖아. 웬일이야? 너답지 않게 친절을 베풀고.”
강렬하게 남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일까. 피가로가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은 매번 겪어도 적응되지 않는다. 장난기 가득한 눈빛에 오즈는 불쾌한 듯 미간을 모았다.
“옷을 제대로 여며라. 교육에 나쁘다.”
“누구에 대한 교육인데? 덤으로 우리 애들은 익숙해.”
목 아프게 올려다보는 형제자를 위해 조금쯤 고개를 숙여줄 법도 한데 한때 세상을 제패한 마왕은 자신을 낮추는 법을 몰랐다. 고향을 버린 형제제자는 그들을 길러준 스승과 마찬가지로 사소한 부분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두 사람은 어린아이처럼 기싸움을 시작하려 했다. 파우스트는 턱을 까딱이는 것으로 레녹스에게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손발이 잘 맞는 옛 주종이 수습을 위해 나서려 할 때였다. 루틸이 “어머나.” 하고 곤란하게 웃으며 자신의 뺨에 손을 올렸다.
“전혀 익숙하지 않아요. 그 모습은 자주 안 보여주시니까.”
“정말! 피가로 선생님, 여기서도 그러시면 어떡해요? 칠칠맞지 못하시게!”
“미틸~ 피가로 선생님 상처야.”
미틸은 피가로에게 실망 공격―대충 ‘실망했다’라는 말로 보호자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방식. 리케가 최초로 고안하고 마법관의 누군가가 명명했다―을 퍼부었다. 천하의 피가로도 피보호자의 실망 공격에는 맥을 못 추렸다.
우선은 어떻게든 일단락된 것 같다. 번거롭게 나설 필요가 없어 다행이었다. 피가로가 플로레스 형제에게 둘러싸여 잔소리를 듣는 동안 조심스럽게 무리에서 빠져나온 레녹스는 파우스트에게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피가로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습니다. 모처럼 파우스트님이 맡겨주신 일인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레녹스는 현자만큼이나 시무룩한 기색이 역력했다. 처음에 파우스트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눈을 끔벅이던 그는 머지않아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현자를 위시한 남쪽 마법사들이 임무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파우스트는 식당에서 간식을 챙기던 레녹스와 마주쳤고, 그에게 당부를 건넸던 것이다.
‘레녹스, 피가로님…… 아니, 피가로를 잘 부탁해.’
지금 되새겨보면 상당히 무모하고 충동적이었다. 피가로의 문제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아마도 이 마법관에서 자신뿐이다. 알게 모르게 눈치채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있을지도 모르나, 일단은 포함하지 않았다.
레녹스는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편이다. 피가로가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를 원치 않는 이상, 조금이라도 힌트가 될 수 있는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 물론 이쪽은 말썽꾸러기 북쪽의 마법사 3인방을 제외한 누구라도 좋으니 알아주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피가로의 수명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건 혼자 짊어지기에 지나치게 무거운 짐이었다.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그의 생명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파우스트에게 무의미한 조급증을 불러일으켰다.
파우스트는 입술 안쪽의 여린 살을 짓씹으며 침음을 삼켰다.
“아니, 신경 쓰지 마. 레노, 네가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겉보기엔 한량처럼 다닌다고 해도 피가로는 자기 몸 하나 거뜬히 지킬 수 있는 녀석이잖아. 본인도 괜찮다고 하고, 그깟 저주쯤은 쉽게 떨쳐낼 수 있겠지.”
그제야 안심한 듯 레녹스의 볼이 느슨해졌다.
“차고 넘치죠. 피가로님은 무척 강하시니까요.”
“……그래.”
해묵은 관계를 청산한 지금까지도 파우스트의 말은 레녹스에게 더없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 건 언제나 아련한 아픔을 가져다주었다.
파우스트가 복잡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레녹스의 어깨너머로 오즈가 굼뜬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피가로에게 말을 거는 것이 보였다.
“너라면 할 수 있을 터.”
“무슨 뜻이야? 알아들을 수 있게 풀어서 말해줄래?”
피가로의 까칠한 반응에 오즈는 한숨을 쉬었다. 오즈와 피가로, 북쪽의 쌍둥이 마법사를 통해 시작된 두 사람의 교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어느 쪽도 원한 적 없는 지긋지긋한 관계였지만, 덕분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방법’을 깨우쳤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쪽의 기분을 전부 꿰고 있는 것이 이 남자―남자? 이젠 여자일지도―였다. 그럼에도 굳이 말로 해주기를 바란다는 건 다른 이유가 있을 터였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전히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의 의도를 풀어서 전달하는 건 몹시 어려웠다. 말 안 듣는 아이처럼 입을 꾹 다물기도 잠시, 오즈는 막막한 심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저주를 풀지 않는 거지?”
“피가로 선생님은 연약한 남쪽의 마법사니까?”
“…….”
고심 끝에 말을 꺼내봤자 돌아오는 건 형제자의 가증스러운 작태뿐. 저도 모르게 한심하다는 눈빛을 던졌으나, 피가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고개를 좌우로 갸웃거리며 내숭을 떠는 것이 차마 눈 뜨고는 못 봐줄 정도로 꼴사나웠다.
오즈는 두 번은 말하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로 낯을 굳힌 그는 피가로의 어깨에 걸친 자신의 겉옷을 강탈하듯 빼앗아 몸을 돌렸다.
“아, 잠깐! 도로 가져가는 건 너무하잖아! 이봐, 오즈!”
뒤에서 피가로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전부 무시로 일관했다. 밤이 되어 마법을 쓸 수 없는 오즈는 그간의 아침 훈련 성과를 자랑하듯 빠르게 걸어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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